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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이야기

코펠리아 작품해설

by 그랑발레 2006.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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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펠리아(Coppelia)..

 

 발레 「코펠리아」는 19세기 유럽을 지배했던 시대정신의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그 하나로, 당시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던 과학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과학만능주의와

물욕이 어우러져 일도, 가정도 버린 채 실험에만 열중하던 거리의 연금술사들이 실험을 하다가

화재를 내거나 재산을 잃게 되는 예가 적지 않았다. 또한 오래 전부터 마법에 얽힌 미신이나

종교적 공포심이 뿌리깊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마음속에는 과학적인 것에 대한

흥미와 함께 불신이 공존하고 있었다.


 작품 「코펠리아」에서 노과학자 코펠리우스(Coppelius)가 상징하고 있는것은

당시 그와 같이 일반 민중들이 갖고 있던 감정이다. 검은 옷을 걸치고 있으며,

신비스러우며, 항상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그는 어쩌면 마법사일지도 모르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까이 갔다가는 어떤 화를 입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

하면서도 도데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이 지닌 또하나의 특징은 이국(異國)에 대한 관심이다. 교통 수단의 발달로 인해

18세기 중엽 프랑스인들의 타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시작해 한번도 본 적 없는 동양이나 아프리카에까지 실로 그 범위도 다양했다. 또한 관심의

수준 역시 취미 수준의 엑조티즘에서부터 아주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 작품에서도 제2막의 무대가 되는 코펠리우스의 집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기계장치

인형들이 중국이나 인도 등의 이국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고, 민속무용이 발레에 처음으로 본격

도입되는 등 당시 유행하던 엑조티즘을 보여주고 있다.

 

제3막의 마주르카(Mazurka : 폴란드 민속춤), 차르다쉬(Czardas : 헝가리 민속춤),

슬라브(Slav) 민요에 맞춰 추는 바리에이션(variation)을 위시해, 제2막에서 스와닐다가

코펠리아가 되어 추는 스페인의 볼레로(Bolerosk)나 스코틀랜드의 지그(Jig) 등이 펼처진다.

 

제3막에서 농민들의 생활을 표현한 디벨티스망(Divertismet) 중에는 '싸움' 과 '평화' 라는

곡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당시 작은 나라들이 전화(戰火)를 입는 것이 빈번했다는

국제적인 사정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코펠리아」가 초연된 5월부터 3개월

후인 8월까지 파리오페라좌가 보불전쟁의 영향으로인해 3백년이 넘는 파리오페라좌

역사상 단 한 번 임시 폐쇄되기도 했다. 그러다 같은 해에 안무가 생 레옹과, 초연에서

스와닐다 역을 맡았던 보얏키가 갑자기 사망한 것만 보아도 이 희극 발레의 이면에는

비극적인 숙명이 어려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발레로부터 느끼게 되는 또 하나는 프랑스 국민들의 기질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장난기와 반역정신이 넘쳐나고, 아무거리낌없이 자신의 느낌대로 행동하는

등으로 아주 프랑스적인 느낌을 준다.


 발레「코펠리아」는 초연 후 곧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었는데 이는 음악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1876년 비엔나(텔레(Telle)안무), 1881 베를린(피릿보탈리오니 안무), 1884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마리우스 프티파 안무), 1896년 뮨헨(알렉산더 쥬네(Genee)안무),1896년 코펜하겐(글라스만(G. Glasemann)과 벡(H.Beck)안무) 등에서 상연된 바 있다. 프티파의 원안무는 1894년에 체케티와 이바노프에 의해 재연되었지만 그 후 1933년 새들러스웰즈발레단에서 세르게예프에의해 상연된 이후 현재는 로얄발레단에 의해 계승되고있다


 프랑스에서는 1973년에 파리오페라좌가 피에르 라코트(Pierre Lacotte)의 전통을 존중한 안무를 상연한 것 이외에도 롤랑 프티가 획기적으로 안무 연출해 1976년에 마르세이유 롤랑프티발레단이 상연한「코펠리아」가 있다. 후자는 초연「코펠리아」의 특색인 19세기의 시대적 정신을 완전히 탈피해 자못 20세기적인 발상으로 이야기 줄거리까지 바꿔버렸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 초연「코펠리아」

<제1막>

 폴란드의 가르시아 지방에 있는 한 마을. 막이 열리면 마을 광장이 보인다 이층집 아래로 등이 굽은 코펠리우스가 나와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으로 마을사람들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고 있는 음침한 노인이다. 그의 집 이층 창문을 통해 커다란 리본을 달고서 눈을 크게 뜨고 종일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 위쪽 집에서 스와닐다(Swanilda)가 나타나 젊음과 사랑스러움을 표현한 왈츠를 춘다. 스와닐다는 코펠리우스의 집에 있는 소녀를 향해 애교있게 생긋 웃으며 스커트를 들고서 인사를 보내지만 코펠리아는 아무 반응이 없다. 스와닐다는 은근히 화가 난다.


 이때 마을 청년 프란쯔(Franz)가 등장한다. 그는 스와닐다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지만, 최근 들어 코펠리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마음이 편치못한 스와닐다는 집 뒤에 숨어 프란쯔의 동태를 살핀다. 프란츠는 코펠리아를 향해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펠리우스가 돌아와 이층 창문의 커튼을 쳐버리자 프란쯔는 실망한다. 스와닐다는 그런 프란츠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프란쯔는 그런 그녀에게 오해라며 달랜다. 사랑하는 두 젊은 연인간의 다툼이 밝고 경쾌한 춤으로 표현된다.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 폴란드 민속춤인 화려한 마주르카를 춘다. 발레작품에서 민속춤이 사용된 것은 이 작품이 최초였다. 따라서 이 부분은 이 작품의 하일라이트이기도 하다. 촌장은 영주가 마을에 종을 새로 달아준 것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곧 개최될 예정이라고 발표한다. 이 날 결혼하는 처녀에게는 특별히 촌장이 하사하는 지참금이 증정될 것이라고 한다. 스와닐다는 보리 이삭을 들고서 프란쯔와 춤을 추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 연인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을 소리내어 알려준다고 하는 보리이삭이 전혀 울리질 않고 있는 것이다. 프란쯔는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하지만 스와닐다에게는 들리질 않는다. 두 사람은 마침내 다툼 끝에 헤어지고, 마을사람들이 추는 헝가리 민속춤인 차르다쉬가 이어진다. 이윽고 땅거미가 지자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버리고 한산해진 광장에 코펠리우스가 나타난다. 그런 그를 마을의 젊은이들이 놀려대자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황급히 자리를 뜬다. 그리고 나타난 스와닐다와 친구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열쇠를 발견하고는 코펠리우스의 집을 염탐해보고 싶어한다. 프란쯔 역시 코펠리아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끝내 이층 창문으로 숨어 들어가다가 되돌아온 코펠리우스를보고는 사다리를 놓고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제2막>코펠리우스의 집, 작업장

 휑한 느낌, 어둑어둑한 실내에 사람 크기의 인형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중국인, 고수, 아라비아인, 광대같은 것들이다. 스와닐다와 친구들은 인형들을 신기하면서도 두려운듯 바라본다.

스와닐다가 보고 싶은 것은 코펠리아. 마침네 가려진 휘장을 걷어네자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코펠리아가 앉아있다. "뭐야, 그냥 인형 아냐!"라고 하면서 이들은 다른 인형들을 만지기 시작한다. 이제 갑자기 인형들의 기계장치가 작동되기 시작하면서 실내는 인형들의 요란한 움직임으로 일대소동이 일어난다. 그곳에 나타난 코펠리우스가 격노하여 이들을 내쫓지만 스와닐다만은 커튼 뒤로 가서 몸을 숨긴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코펠리우스는 자신의 야심작인 코펠리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소녀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프란쯔로부터 생명을 뽑아내기 위해 그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다. 프란쯔가 잠들자 코펠리우스는휘장을 열고 소중한 인형 코펠리아를 꺼내온다. 하지만 그것은 코펠리아가 아닌 코펠리아의 옷을 입은 스와닐다였다.


 코펠리우스가 마법의 책을 이용해 프란쯔로부터 생명을 뽑아내 코펠리아에게 불어넣자 스와닐다가 눈을 깜빡이고 팔을 움직이면서 걷기 시작한다. 코펠리우스가 보고 있을 때는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가 그가 보고 있지 않는 동안에 프란쯔를 깨워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일부러 코펠리우스를 세게 때리기도하고 방안의 인형을 작동시키며 유쾌한 춤을 추기도 한다.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생각에 감격한 코펠리우스는 스와닐다에게 스페인 춤을 출때 어깨에 걸치는 어깨걸이를 걸쳐주기도한다. 이에 마음이 약해진 스와닐다는 스페인의 볼레로에 이어 스코틀래느의 지그 등을 춘다. 이윽고 스와닐다가 방 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그 소리에 마침내 프란쯔가 잠에서 깨어나 스와닐다와 함께그곳을 빠져나온다. 이제 남겨진 코펠리우스가 휘장을젖혀보니 그곳에는 벌거벗은 코펠리아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코펠리우스는 비탄에 빠진다.

 

<제3막>축제일

 화해한 프란쯔와 스와닐다가 경사스런 결혼식을 맞이한다. 여기에 코펠리우스가 등장해 젊은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스와닐다는 자신이 받은 지참금을 주겠다고 하지만 촌장이 대신 금화 자루를 주자 코펠리우스는 흡족해하며 떠나간다.

 

 이제부터 즐거운 축제의 여흥이 시작된다. 춤으로서는 가장 볼거리가 많은 장면이다. 먼저 '종(鐘)의 축전곡'에 이어 '시간의 춤'이 남녀 앙상블로 시계에 그려진 12시간을 상징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마을 사람들의 하루 생활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춤이 이어진다. 먼저 '새벽'의 경건한 '기도드리기' , 빠른 템포의 '일의 춤' , '결혼의 춤' , 그리고 경쾌한 '평화의 춤' 등이다. 그가운데 '평화의 춤' 은 프란쯔와 스와닐다가 추는 파드되, '두 사람의 발걸음'을 말하는 것으로, 전편 가운데 앞권이며 화려하면서 결혼식에 잘 어울리는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원이 등장해 갤롭스텝(Galop Step)으로 이뤄진 춤을 추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 롤랑 프티 판「코펠리아」

무대는 프랑스의 파리나 마르세이유같은 대도시 뒷골목.

 

<제1막>

 두 개의 창문이 나란히 보인다. 한 창문 앞에서 군인이 몸치장을 하고 있다.

다른 창문을 통해서 젊은 여자들이 사랑을 구애한다. 이곳에 코펠리우스가 등장한다.

멋진 레인 코트를 차려입은 초로의 그는 스와닐다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프란쯔라는 애인이 있어 노인의 연정을 놀려대며 장난을 친다. 그런데 프란쯔는

코펠리우스의 집 창문을 통해 보이는 아가씨에게 마음을 배앗긴다. 프란쯔의 바람기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는 스와닐다가 친구들과 앙상블을 이루는 것은 기존의 작품과

줄거리가 같다. 거리의 여자들은 셔츠에 넉넉한 드레스와 큰 리본을 달고 꽃장식이 있는

모자를 쓰는 등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볼 수 있는 차림새를 하고 있다.

스와닐다와 친구들은 분홍색 튜튜를 입고 엉덩이를 내밀며 익살스러우면서도 사

랑스러운 춤을 춘다.

 

<제2막>

 코펠리우스의 집 안. 의외로 화려한 차림의 노인에게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이 집 안으로 잠입한 소녀들이 창문 옆의 소녀가 인형인 것을 알고 놀라워하고 있다.

코펠리우스가 되돌아와 이들을 쫓아 보내지만 스와닐다 혼다 커튼 뒤에 숨는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코펠리우스는 인형을 상대로 일인극을 연출한다. 인형을 테이블에

앉히고는 양초에 불을 붙이고 술잔에 샴페인을 부어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자신의 구두에다가 인형의 발을 묶고, 인형의 팔을 자기 어깨에 걸치고는 '시간의 춤'

곡에 맞춰 짐안들 돌아다니며 춤추는 이 부분은 풍자적으로 익살스러우면서도 다소

애처로운 장면으로, 프티 판「코펠리아」의 압권이다.

 

춤을 마치고 인형을 정리하고 있을 때 프란쯔가 등장한다. 프란쯔를 재워 생명을

뽑아내 인형에게 불어넣고자 하지만, 스와닐다가 인형인 체하면서 인형과 소녀춤을

번갈아 추는 것은 기존 작품과 같다. 마지막에 스와닐다는 코펠리우스에게 벌거벗은

인형을 집어던지고 프란쯔와 함께도망친다.

 

<제3막>

 막이 열리면 벌거벗은 인형을 끌어안은 코펠리우스가 지나간다. 악대풍으로 편곡된

'스와닐다의 왈츠'에 맞춰 병사들과 여자들의 춤, 소녀들의 춤, 그리고 새롭게 고친

스와닐다와 프란쯔의 파드되가 이어지고 그다음 전원의 대단원으로 넘어간다.

저녁이 되어가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고 코펠리우스 혼자 남아 주변에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는 인형을 바라본다.

 

 마을 축제의 디벨티스망으로 떠들썩하게 끝나는 기존의「코펠리아」를 이렇게 바꿔보니

시대와는 관계없이 감상할 수 있는 보편성이 살아나고 새로운 흥미가 더해졌다.

스스로 창조해낸 대사에 사랑을 붓지 않을 수 없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 그리고 상대방의

바람기에 속태우고 다투기도 하면서 맺어지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 그려냈던 것이다.

 


 발레「코펠리아」에 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음악이다. 들리브의 곡이 현대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꿈을 준다는 것은 개정판에서도 여실히 들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1991년 가을, 어메리칸 발레 씨어터의 공연에서 이 작품을 거의 전통적인 해석에 가깝게 연출했지만 코펠리우스의 성격 묘사에 있어 악마적이면서 음산한 면을 없애고 고독한 꿈을 지닌 익살스런 노인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봤을 때 발레 작품 역시 시대 사조와 상황을 초월해 그 안에 담고 있는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부분이 있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